친환경 소셜벤처는 어떻게 돈 벌어야 할까

2020.11.29 08:03:01



환경을 깨끗이 하자는 말은 도덕적이며 듣기 좋은 말이다. 인류를 위해, 후세를 위해 필요한 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친환경과 재활용 비즈니스는 쉽게 와닿지 않는다. 폐기물 재활용을 통해 어떻게 돈을 벌 수 있을까. 


폐 방화복이나 자동차의 가죽시트 등으로 가방 등 잡화를 만들어 파는 패션 업체들도 장기지속적이지 않다. 재활용품을 이용한 스타트업들은 어떻게 돈을 벌까, 어떻게 비전을 그릴까. 


쓰레기 처리 사업의 서플라이체인을 그려보면 이해하기 쉽다. 폐기물은 크게 가정이나 거리에서 나오는 생활폐기물과 공사 현장에서 나오는 건설 폐기물, 그리고 산업 현장에서 나오는 산업 폐기물이 있다.


1) 가장 먼저 우리는 생활을 하면서 페트병, 캔, 커피컵, 유리병, 종이 등 여러 쓰레기를 배출한다. 이를 각각의 성격에 맞게 분리배출한다. 대단지 아파트 단지에서는 경비원분들의 수고로 분류가 꽤 잘 되는 편이다. 사람들이 열심히 분리배출한다면 재활용률은 높아지고 소각거나 매립되는 쓰레기는 줄어들 것이다. 분리배출하지 않고 버리는 쓰레기는 모두 지자체별로 정해진 봉투에 담아 배출한다. 이는 대부분 소각장으로 향한다. 


2) 거대한 집게차가 일주일에 한 번 주택 단지를 돌며 재활용품을 수거한다. 집게차는 가정이 분리배출한 쓰레기를 모아 선별회사로 넘기는 역할을 한다.


3) 가정이 분리배출한 재활용 쓰레기는 이제 선별회사로 이동한다. 선별회사는 폐기물을 컨베이어 벨트에 실어 보내고, 중간중간 서 있는 사람들이 재활용 가능한 품목만 건져낸다. 플라스틱이어도 다 같은 플라스틱이 아니다. 페트병은 라벨과 뚜껑, 뚜껑을 제거하고 남은 잔해가 없어야 하며, 색상별로 이를 분류해야 한다. 일회용 아이스커피컵은 아쉽지만 재활용이 안 된다. 펌프가 달린 샴푸통도 재활용이 안 된다. 헤드와 목, 몸통의 재질이 모두 다르고 안에 스프링을 포함하고 있어서다.


4) 선별 업체의 분류가 끝나면 재활용 안 되는 폐기물은 모두 소각장이나 매립장으로 향한다. 처리 업체들이 야산 등 불법 폐기하는 경우도 있다. 살아남은 재활용품들은 재처리 현장으로 간다. 여기서 세척, 분쇄, 용해 등 재활용 가능한 형태로 작업을 한다. 재활용품의 씨앗을 만드는 셈이다.


5) 이를 각각의 제조사에 넘겨 재활용에 사용한다. 대부분 경우 새 제품을 만드는 것보다 재활용 원재료를 쓰는 것이 가격이 저렴하다. 다만 재활용품의 경우 원재료의 순도가 낮은 등 제품의 안정성에 문제가 있을 수 있어 재활용품을 꺼리는 경우도 있다. 


재활용을 비즈니스 모델로 삼은 기업들로서는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1번과 3번 과정이다. 배출 자체를 깔끔하게 함으로써 분리수거 선별에 필요한 인력을 줄이고, 재활용품의 순도를 한껏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 시민들은 열심히 분리수거를 하지만, 원재료의 성격까지 나누지는 않는다. 이를 분리해 배출함으로써 선별업체는 일을 두 번 해야 하는 수고를 덜고 더 쓰레기의 경제적 효용을 높일 수 있다. 페트병을 넣기만 해도 색상 별로 분류하고, 뚜껑과 라벨을 자동으로 제거해 보관하는 쓰레기통이 있다면 대단히 큰 가치를 가질 것이다. 


이 때문에 세계적으로 이런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재활용 스타트업이 많이 나오고 있다. 그간 분류 업체들이 영세하고 주먹구구식으로 운영해왔으며, 정부 보조금을 받기 때문에 그다지 열심히 재활용을 하지 않았다. 환경 단체들은 페트병의 경우 분리배출되는 것의 10~15%만이 재활용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최근 나오는 스타트업들은 낮은 비용으로 분리수거를 하는 한편, 대규모 처리 공장을 지어 경제성을 확보하려는 모습이다. 프로세스를 체계화하고 규모의 경제를 이루면 돈이 될 거라 판단한 것이다. 실제 설비가 크고 정교해 안정적인 재활용품을 많이 만들 수만 있다면 충분히 돈이 될 수 있다. 


땅에 묻히거나 태워지는 쓰레기를 줄여 환경을 깨끗이 하고, 생산자들에게 새것보다 저렴한 원료를 공급해 완제품의 가격을 낮출 수 있다면 모두 행복해질 수 있다. 패션 업체들은 수거나 재활용이 어려운 소재를 이용해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고 디자이너로서 역량을 한껏 올릴 기회가 되기도 한다. 


비단 폐기물만 이런 것은 아니다. 서플라이체인의 전환을 통해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할 수 있다. 이를 전환할 기술과 사회적 명분만 있다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김미래 기자 bassj99@thespea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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