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사무실 구할 때 밟아야 할 길은 

 

창업을 하면 창업자는 사하라 사막 한가운데 홀로 버려진 듯한 막막함을 마주한다. 앞으로 어떤 일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말이다. 


그 가운데 가장 먼저 드는 고민은 사무실이다. 법인을 설립 할 때도 사무실 주소지가 필요하며, 연구와 개발, 문서작업, 회의 등 업무를 볼 공간이 필요해서다. 


특히 최근 사무실 임대료가 적지 않게 올라 비용 부담도 만만치 않다. 사무실은 어디에서 구해야 할까. 


대부분 스타트업은 초기 자본금이 얼마 되지 않기 때문에 사무실 임대료에 적지 않은 부담을 느끼기 마련이다. 판교 테크노밸리의 실평수 30평짜리 사무실의 보증금은 대략 2500만원, 월세 250만원 정도다. 


보증금이 없다고 치더라도 자본금 1000만원짜리 회사는 창업 4개월 만에 사무실 임대료로만 자본금을 다 까먹게 되고 만다. 돈을 벌기도 전에 깡통 법인이 돼 버리는 셈이다. 


사무실 문제를 먼저 해결하지 않고 사업을 시작해서는 안 된다. 사업자주소를 현재 주거지로 할 수는 있지만, 미팅 등 여러 현실적 문제를 고려하면 부담스러운 면이 있다. 


미국 기업들은 부럽다. 대부분 집에 별도의 차고가 있기 때문이다. 이 차고에서 창업자들끼리 모여 거사를 도모한다. 애플과 구글, 휴렛팩커드, 디즈니 같은 글로벌 기업들 모두 차고에서 창업했다. 현재는 그들이 성공 스토리를 위한 멋진 스토리텔링으로 전해지지만, 당시 그들에게는 당연한 선택었다.


미국에서 차고란 공간은 가구나 차를 고치는 일종의 공방이다. 무엇이든 만들어보고 직접 무언가 할 수 있는 곳이다. 스티브 잡스, 월트 디즈니 같은 창업가들은 집의 부속건물인 차고에 책상과 컴퓨터를 갖다 놓고 창업을 시작했다. 


아파트 주거 문화가 자리잡은 한국에는 이런 공방 문화가 없다. 커피숍이 아니면 누군가와 미팅이나 회의를 할 공간도 마땅치 않은 게 현실이다. 한국 스타트업들은 부족한 자본과 공간 속에 사무실을 어떻게 마련해야 할까.


요즘 강남, 종로 어디든 할 것 없이 빌딩에 공실이 적지 않다. 건물주들은 공실을 공유오피스나 주소지만 빌려주는 가상오피스 등으로 활용하고 있다. 저렴한 가격에 빌릴 수 있다.


이런 사무실에서 비즈니스를 시작해 사업의 성장 단계나 네트워크의 필요성 등에 따라 단계적으로 넓혀갈 필요가 있다. 여러 상황에 맞춰 초기 스타트업의 사무실 마련을 단계별로 나눠 볼 수 있다. 

1) 비상주사무실
일종의 가상오피스다. 실제 업무는 집이나 커피숍에서 보는데 법인등록을 위한 사무실이 필요한 경우 활용할 수 있다. 사무실보다 외근이 많거나 오프라인보다 전자상거래 등 온라인 근무가 많은 경우가 해당될 수 있다. 이런 비상주사무실은 종로나 강남 어디든 많은데, 본인의 업종에 따라 유리한 주소지로 등록하면 된다. 투잡이거나 프리랜서로 활동하는 경우도 사업자등록을 위해 비상주사무실을 이용할 수 있다. 


주소지 등록은 물론 실제로 미리 예약을 통해 회의실이나 접견실, 카페테리아 등을 이용할 수 있다. 복합기, 무선인터넷도 있고요. 다만 공유오피스에 따라 일부 서비스는 옵션으로 설정돼 비용이 발생하기도 한다. 비용은 지역과 입지, 인테리어 등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는데 대략 1년에 40만~70만원 수준이다. 한 달에 5만원꼴이니 그리 부담되는 가격은 아니다.

 

 

2) 코워킹스페이스
뻥 뚫린 비상주사무실을 지정석 없이 임대해 사용하는 방식이다. 대학 도서관과도 비슷하다. 초기 비상주사무실로 사업을 꾸리는 가운데 동료가 생겨 수시로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하고, 다른 스타트업과의 네트워크가 필요해지게 되면 코워킹스페이스를 이용하게 된다. 


대개는 비상주사무실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유오피스에서 코워킹스페이스 서비스도 제공한다. 물론 출입증은 제공된다. 위워크나 패스트파이브 등도 이런 서비스를 하고 있다. 대개 와이파이와 복사기 등 사무집기를 이용할 수 있고 간단한 차와 음료를 이용할 수 있다. 주차요금 할인이나 인근 식사 할인 혜택 등도 있다. 가격대는 6개월~1년 단위로 계약하면 월 10만~40만원 수준으로 천차만별이다. 


3) 상주사무실
1인부터 20~30명이 사용할 수 있는 크고 작은 독립 사무실을 임대해 쓴다. 위워크나 패스트파이브 등 거의 대부분 공유오피스들이 이 서비스를 제공한다. 기본적인 서비스는 일반 사무실과 별반 다르지 않다. 무선인터넷 서비스나 사무집기를 이용할 수 있고 우편물 접수도 해주며, 커피 등 음료도 무료다. 신문이나 잡지 등도 무상 제공한다. 비용은 정말 천차만별이다. 월 50만원 안팎인 곳도 있는 데 비해 200만원 이상 지불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공유오피스들은 입주 신청을 한 회사를 상대로 사업설명회를 받기도 한다. 사업 내용이나 성장 가능성 등을 따져 아예 임대료를 받지 않는 경우도 있다. 대신 일부 지분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물납 5% 안팎이다. 최근 적지 않은 공유오피스들이 이런 식의 계약을 맺고 있다. 공유오피스가 단지 사무실 임대에 머물지 않고 일종의 VC, 액셀러레이터 역할을 하는 셈이다. 공유오피스 안에 입주한 기업끼리 이어붙여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네트워크 행사도 많이 개최한다. 


공유오피스는 많고 그 조건과 환경도 천양지차다. 여러 공유오피스를 돌아다녀 보며 자신과 맞는 조건의 오피스를 찾는 것이 좋다. 참고로 강남, 종로보다는 성수동이 주택이나 빌라를 개조해 만든 소형 공유오피스가 조금 더 저렴한 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