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뇨병·비만 치료제로 사용되는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계열 약물이 음주 행동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최근 미국 버지니아텍 연구진이 발표한 실험에 따르면, GLP-1 작용제(agonist)를 복용한 사람들은 술을 마셨을 때 혈중 알코올 농도가 더 천천히 상승하고 취기가 덜 느껴지는 경향을 보였다. 연구진은 “GLP-1이 위 배출을 지연시키고 뇌의 보상 회로에도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GLP-1 제제는 본래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고 식욕을 억제하는 호르몬 작용을 모방한 약물로 대표적인 제품으로는 노보노디스크의 ‘오젬픽(Ozempic)’과 ‘위고비(Wegovy)’가 있다. 최근에는 체중 감소 효과 외에도 음주 욕구나 중독 행동을 줄이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미국의학협회정신의학저널(JAMA Psychiatry)에 실린 무작위 임상시험에서는 알코올 사용 장애(AUD) 환자에게 주 1회 세마글루타이드(오젬픽 성분)를 투여한 결과, 위약군에 비해 하루 음주량과 음주 욕구가 줄어드는 경향이 나타났다. 또 스웨덴에서 진행된 대규모 관찰 연구에서도 GLP-1 약물을 사용한 환자들이 알코올 관련 질환으로 입원할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전문가들은 술에 덜 취한다는 표현은 과장된 측면이 있다고 지적한다. 한 내분비학 전문의는 “GLP-1 약물이 알코올 대사나 뇌의 중독 경로에 영향을 줄 수는 있지만, 개인차가 크고 과학적 근거는 아직 초기 단계”라며 “음주를 안전하게 만들거나 숙취를 줄이는 약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현재 GLP-1 약물의 음주 과련 현상에 대한한 공식 연구나 정부 입장은 나오지 않았다. 다만 전문가들은 “체중감량 목적의 무분별한 약물 사용이나 음주와의 병용은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한편, 오젬픽을 비롯한 GLP-1 계열 약물은 식약처 허가를 받은 처방의약품으로 당뇨병이나 비만 진단을 받은 환자에게 의사의 판단하에 투여된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체중 감량 효과’가 부각되면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