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환경보호청, 운전자들이 싫어하는 ‘공회전 차단 기술’ 규제 완화 검토

EPA 리 젤딘 국장이 ‘공회전 차단 기술’ 규제 완화 검토를 시사했다. (사진=젤딘 X)

미 환경보호청(EPA) 리 젤딘 국장은 8일(현지시간) 운전자들이 불편해하는 ‘공회전 차단 기술(Start-stop technology)’인 스탑앤고에 대한 규제 완화를 검토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이날 젤딘 국장은 X(전 트위터)에 “신호등마다 자동차 시동이 꺼지는 이 기술은 기업들이 기후 참여 트로피를 받기 위한 것”이라며 “EPA가 승인했지만, 모두가 싫어하는 기술이므로 우리가 고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게시물은 게재 후 800만 뷰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화제가 됐다.

스탑앤고는 신호등 정차 시 내연기관 엔진을 자동으로 끄는 기능으로, 연료 절감과 대기 오염 감소 효과를 내세워 도입됐다. 그러나 일부 비판자들은 이 기술이 자동차 배터리나 엔진 수명을 단축시킬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이 기술은 2012년 오바마 행정부 당시 제안된 연방 규제에서 기원했으며, 5년 후인 2017년 새로운 온실가스 배출 규제와 함께 본격 적용되기 시작했다.

2012년부터 2021년까지 탄소 크레딧 정책으로 인해 스탑앤고 기능을 탑재한 차량 비율은 1%에서 45%로 급증했다. 2023년에는 신차의 65%가 이 기술을 적용할 정도로 보편화했다. EPA의 과거 추정치에 따르면 이 기술은 연비를 4~5% 정도 개선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EPA 대변인은 “배출량 테스트에서 뚜렷한 감소 효과가 확인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만약 규제 완화가 최종 결정되면 자동차 제조사들은 신차 모델에 이 기술을 적용해도 더 이상 연비 크레딧을 받을 수 없게 된다. 자동차 업계 최대 협회인 얼라이언스 포 오토모티브 이노베이션은 이에 대한 즉각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이번 움직임은 젤딘 국장이 뉴욕 기후법의 세제 혜택과 바이든 행정부의 재생에너지 지원금을 겨냥한 데 이은 조치다. 젤딘 국장은 캐시 호컬 뉴욕 주지사가 천연가스 ‘안전 추출’과 신축 건물 가스 연결, 가스레인지 사용을 무분별하게 금지했지만, 휘발유 차량 판매 감축과 새 콘스티튜션 파이프라인 건설을 차단했다고 비판한 바 있다.

지난 1월에는 EPA 수장으로서 바이든 대통령의 인플레이션 감축법 통과 후 ‘진보 성향 활동 단체’들에 200억 달러(약 27조 원)의 세금이 지급된 사실을 발견하고 공개하기도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1월 행정명령을 통해 EPA를 비롯한 규제 기관들이 새 규제 1개를 제안할 때마다 기존 규제 10개를 폐지하도록 지시하며 젤딘 국장에게 “규제 완화를 통한 번영 추진”을 주문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