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리 가격이 사상 처음으로 톤당 12000달러(1780만 원)를 넘어서며 국제 원자재 시장에서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 23일(현지시간)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구리 가격은 장중 한때 톤당 12160달러(1800만 원)까지 오르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뒤 소폭 하락했지만 12000달러 안팎의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 같은 가격 급등의 직접적인 계기 중 하나는 미국의 관세 조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국가 안보를 이유로 구리 반제품과 일부 구리 파생 제품에 50%의 관세를 부과했다.
관세 시행일인 올해 8월 1일을 전후해 미국 내 수입업체와 구매자들이 구리 재고 확보에 나서면서 선행매매가 늘었다.
이 과정에서 재고가 빠르게 소진됐고, 세계 최대 소비국인 중국의 수요가 둔화된 상황에서도 국제 구리 가격은 상승세를 이어갔다.
관세 요인과 함께 구조적인 공급 제약도 가격 상승을 뒷받침하고 있다. 수년간 구리 광산 투자 부족으로 신규 공급이 제한된 가운데 전기차 보급 확대와 전력망 개선, 재생에너지 프로젝트,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구리 수요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단기간 내 본격 가동될 신규 공급 프로젝트가 많지 않은 점도 가격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구리 가격 상승은 생활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구리는 주택 전기 배선과 배관, 난방·냉방 설비 등 가정 내 필수 설비 전반에 사용된다.
시공업계는 “주택 전기 배선과 배관, 난방·냉방 설비 등에 사용되는 구리 가격이 오르면서 배선 교체와 배전반 업그레이드, 콘센트 설치, 주방·욕실 리모델링 등 관련 공사 비용이 전반적으로 상승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주택 배선 교체 비용은 일반적으로 6,000~18000달러(890~2670만 원) 수준이며, 대형 또는 노후 주택의 경우 30000달러(4450만 원)까지 올라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구리 가격 상승의 영향은 주거용 설비를 넘어 가전제품과 전자기기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냉장고와 세탁기, 건조기, 식기세척기, 에어컨에는 모터와 압축기, 코일 등에 구리가 다량 사용된다. 세탁기 한 대에는 450~910g의 구리가 들어가며, 대형 제품은 사용량이 더 많다.
원자재 가격 상승에 직면한 제조업체들은 가격 인상이나 판촉 축소, 보급형 모델의 기능 축소로 대응하고 있다.
자동차 부문에서는 전기차의 구리 사용량이 더 많다. 일반 내연기관 차량에는 약 23~25kg의 구리가 사용되는 반면, 전기차에는 고전압 배선과 배터리 시스템, 모터로 인해 68~90kg이 들어간다.
이로 인해 전기차 가격은 구리 가격 변동에 특히 민감하며,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전기차 가격 인하를 추진하는 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편 구리는 전력망과 전기 설비의 핵심 소재이기도 하다. 가격 상승이 이어질 경우 전력 인프라 투자 비용 증가를 거쳐 전기 요금 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