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석유기업 아람코의 무한변신…한국에 위협되나

-석유화학사업 포트폴리오 확장…中에 대규모 생산시설 설립 추진
-중국 수출 비중 높은 국내 정유화학업계에 부정적 영향 예상

 

전 세계 원유 생산량의 15%를 공급하는 세계 최대 석유기업 사우디 아람코. ‘석유공룡’이 변신을 선언했다. 원유 생산에만 그치지 않고 원유를 정제·가공하는 기업으로 변신을 꾀한다.

아람코는 사업 다각화와 동시에 해외 시장 확대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는데, 현대오일뱅크 지분 19.9%를 1조8000억원에 사들인 것도 이런 맥락이다. 아람코의 행보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전 세계 화학제품의 약 40%를 소비하는 중국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아람코의 움직임에 국내 업계는 우려를 보내고 있다. 중국 수출 비중이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아람코는 중국에 대단위 정유・석유화학단지를 설립하는 방안을 확정하고 예비투자협정을 체결했다. 모하메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는 지난 21일 이틀 일정으로 베이징을 찾은 이유다 빈 살만 왕세자는 아람코의 회장이기도 하다.

생산시설이 들어서는 곳은 중국 북동부 랴오닝(遼寧)성으로 총사업비는 100억 달러(약 11조2600억원)에 달한다. 아람코는 이곳에서 하루 30만 배럴의 원류를 정제하고, 연간 100만t 규모의 에틸렌을 생산할 예정이다. 중국 최대 방산업체 노린코도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한다.

아람코는 중국 롱센그룹의 계열의 석유화학기업의 지분 9%를 확보할 방침이다. 이 업체는 중국 저장성(浙江)성에서 하루 40만 배럴의 고순도테레프탈산(PTA)을 생산하고 있다. 고순도테레프탈산은 의류와 페트병 등에 많이 쓰이는 폴리에스터의 원료다.

아람코의 중국 투자 확대로, 현지 업체들의 정유・석유화학 생산 규모가 확대될 뿐아니라 시설 고도화로 제품의 품질도 높아질 것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중국 수출 비중이 높은 국내 업체들의 촉각을 기울이고 있는 이유다.

산업연구원 최동원 부연구위원은 "단일 국가 기준으로 우리나라 정유사들이 가장 많은 석유제품을 수출하는 곳은 중국"이라며 "향후 중국 내 고부가가치 제품의 자급률이 확대되면 대중 수출이 점차 감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제2의 PTA 사태를 불러올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롱센이 지난 2005년부터 PTA 생산량을 급격하게 늘리면서 국내 정유·석유화학업체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PTA는 한때 중국이 한국에서 생산된 PTA의 90%를 가져가는 구조였다. 하지만 2015년 국내 석유화학업계의 PTA 중국 수출액은 5억9590만 달러에 그쳤다. 전년도 18억4502억 달러와 비교해 67.7% 줄면서 지난 2003년 이래 최저치를 기록한 셈이다.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 생산되는 석유화학 제품 대부분이 국내 자급률을 넘어선 과잉공급상태"라며 "수출길이 막힌다면 고사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병용 기자 ironman17@dailybiz.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