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투자 유치, 어떤 절차 밟을까-②


대략의 논의를 끝내고 투자의 본 게임에 들어가기 시작하면 가장 먼저 NDA(Non Disclosure Agreement)부터 맺는 경우가 많다. 어디까지나 아직 계약서에 서명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투자의 내용이나 감추고 싶은 회사의 비밀이 밖으로 새어나가면 곤란하다.


특히 모방이 쉬운 IT 비즈니스의 특성상 아이디어를 뺏길 가능성도 높다. VC는 돈도 있고 인력도 있고 실력도 있다. 스타트업의 비즈니스 아이디어를 그대로 차용해 본인이 직접하는 경우도 적지 않게 발생한다. 


아무리 믿었던 VC라도 나중에 비슷한 업종이나 경쟁사 프로젝트에 투자할 수도 있다. 자사의 정보는 보여주지 않고, 불가피하게 공개해야 할 경우 반드시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NDA를 맺어야 한다. 일부 VC는 이런 제약을 꺼리기도 한다. 


사업계획서를 만들 때 사업을 단순화한 1안과, 얘기가 조금 더 진전됐을 때 진짜 사업을 제안하기 위한 2안을 준비해 두는 것도 좋다.


이런 논의가 진행된 뒤 VC는 스타트업 투자에 관심이 있다는 내용의 LOI(Letter of Intent)를 서면으로 제시한다. 한 권위 있는 VC로부터 LOI를 받는 것만으로도 기업 가치가 크게 오르기도 하고 투자를 받기 더 쉬워지기도 한다. 물론 LOI에 기밀 조항이나 독점 교섭권이 제시된 경우에는 그럴 수 없다.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살얼음판을 걷기 시작한다. 실사(due diligence)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LOI는 법적 책임과 실행 의무가 없는 논바인딩 서명이다. 하지만 VC의 실사가 시작되면 기업의 자산 및 기술가치 평가와 임직원들에 대한 인터뷰 등 회사의 구석구석까지 모두 공개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LOI 단계 때와는 다른 기업 평가가치가 내려질 수도 있다. 대개 스타트업 오너들은 회사 홍보를 위해 기술이나 비즈니스 아이템을 부풀리게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회사가 기대에 못 미치면 계약에 무산되는 경우도 있다. 


VC의 1차 목표는 "내가 이 회사에 투자하면 기업 가치가 얼마나 올라 돈을 어느정도나 벌 수 있을까"다. 


즉 사업 자체가 잘 될 것인가 여부이며, 경영진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고, 사업 계획의 타당성, 마켓의 흐름 등등을 따집니다. 회사가 법적으로 제대로 설립돼 운영되고 있는지, 장부는 올바르게 작성되고 있는지 등 법적, 회계적 측면에 대한 검사도 실시한다. 변호사나 회계사, 혹은 VC 직원들이 회사에 2~3주간 상주하며 직접 실사를 벌인다. 


스타트업은 실사를 받기 전 회계사나 변호사를 고용하거나 이쪽 분야에 밝은 사람에게 부탁해 미리 한 차례 정리를 하고 실사를 받는 것이 좋다. 만에 하나 투자가 성사되지 않더라도, 이런 실사 작업이 기업으로서는 회사의 가치를 높일 수 있도록 법과 세무적인 재정비 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이제 VC는 실사 정보를 토대로 치열한 내부 검토를 벌인다. 내부에서 투자가 결정되면 벤처와 VC 간에 투자 계약을 체결한다. 투자자가 외국계 VC라면 계약서가 수백페이지에 달하기도 한다. 모든 사안과 가능성을 열어두고 계약서를 쓰는 것으로 유명하다.


과거 한국 VC들은 투자계약을 맺지 않거나 한두 페이지짜리 계약서를 쓰는 경우가 꽤 있었는데, 이제는 국내 VC들도 꽤 치밀하고 두툼한 계약서를 제시한다. 투자를 처음 받는 입장에서는 굉장히 복잡하고 많은 내용이 담기기 때문에 꼼꼼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 


스타트업으로서는 불리한 옵션이 끼어 있을 수도 있다. 투자 계약 전문가 등에게 의뢰해 협상 과정에 입회시키거나 컨설팅을 받는 것이 좋다. 정식 계약이 끝나면 법적 절차를 거쳐 투자금이 납입된다. 


벤처기업은 리스크가 있다. 자본은 매우 큰 리스크를 감수하고 투자에 나서는 것이기 때문에 조심할 수밖에 없다. 스타트업이 해야 하는 것은 회사의 '현재 모습'이 아니라 아직 존재하지 않는 '성공한 당신의 미래'를 보여주는 일이다. VC들로부터 수없이 퇴짜를 맞더라도 좌절하지 말고 많이 만나고 부딪혀야 한다. 


아직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믿게 한다는 것은 종교를 전도하는 것과 비슷하다. 자기 회사의 비전에 자신을 갖고 포교해야 한다. 본인을 에바리스트 갈루아라고 생각하고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어보는 것도 좋다.  


VC는 예리하고 까다롭지만 전지전능한 존재는 아니다. 스타트업이 실력과 열정을 증명하고 장점을 설명한다면 투자를 충분히 끌어낼 수 있다. 그리고 한국 사회의 특성상 "나는 대단해"라고 어필하기 보다는 제3자들이 "저 친구는 대단해"라는 평가를 듣고 소문을 내는 것이 투자 유치에 더 큰 도움이 된다. 언론을 적절히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