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승무원 '노메이크업' 확산..아시아·중동 항공업계 '모르쇠'

-외항사, 승무원 노메이크업 열풍…'스커트 의무화 ' 규정도 폐기
-싱가포르항공·캐세이퍼시픽 등 메이크업 가이드라인 제공

싱가포르항공은 객실 승무원에서 메이크업 가이드 라인을 제공하는 등 엄격한 규정을 적용하고 있다. (사진=싱가포르항공)

글로벌 항공업계 전반에 여승무원 노메이크업 열풍이 불고 있는 가운데 아시아와 중동지역 항공사들은 시대를 역행하는 진한 메이크업을 고수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엄격한 용모와 복장 지침을 개정하기는커녕 메이크업 가이드라인까지 제공하며 화장 의무화를 강요한 데 따른 이유에서다. 

11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최근 아일랜드 국영 항공사 에어링구스와 버진애틀랜틱항공 등은 여성 승무원에 적용하는 화장 의무 규정을 폐지한 반면 일부 항공사는 메이크업 가이드라인까지 제공하며 진한 메이크업을 강요하고 있다.

주로 아시아와 중동지역 항공사들로 항공사 브랜드 가치 제고 차원에서 객실 승무원 복장과 용모를 까다롭게 규제, 외모 압박을 가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국적 항공사 중에는 제주항공과 티웨이항공, 이스타항공 등이 안경 착용과 두발 자유화, 과하지 않은 네일 등을 허용하긴 했지만, 대형 항공사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대부분의 항공사가 메이크업 의무 규정을 유지하고 있다.

중동 항공사 중에서는 두바이 정부가 소유한 아랍에미리트 국영 항공사 에미레이트항공이 뚜렷한 이목구비를 위한 진한 화장을 요구하고 있다. 진한 눈썹 함께 빨간 레드립(풀립), 아이섀도, 파운데이션 등 풀 메이크업을 선호하고 있는 것.

싱가포르항공도 '싱가포르 걸(Singapore Girl)'이라 불리는 여승무원에게 자사 메이크업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싱가포르항공의 경우 독특한 유니폼에 어울리는 메이크업을 요구하고 있다.

먼저 머리색은 검은색이나 어두운 갈색만 허용되며, 헤어하일라이터(칼라스프레이)를 사용할 수 없다. 머리가 길 경우, 쪽머리 혹은 소라머리 같은 올림머리만 허용된다.

메이크업은 눈썹은 그리거나 문신을 해 비지 않도록 해야 한다. 아이섀도우 색은 피부색에 따라 회사에서 지정해준 파랑 혹은 갈색만이 허용되며, 립스틱 색은 회사에서 정해준 밝은 빨간색 중 하나여야 한다. 분홍이나 자주색은 금지된다.

아울러 매니큐어색은 회사에서 지정해 준 밝은 빨간색 계열 중 하나여야 한다. 손톱의 매니큐어에는 흠집이 있어서는 안된다. 페디큐어색 역시 회사에서 지정해준 밝은 빨간색 계열 중 하나여야 하고, 페디큐어가 되어있지 않을 경우 스타킹을 꼭 착용하도록 한다.

액세서리는 화려하거나 달랑거리는 귀걸이는 허용되지 않고 단추형 보석 혹은 진주만 가능하다. 또 체인과 목걸이는 허용되지 않으며 단순한 팔찌와 반지만이 허용된다. 손목시계는 작고 단순한 디자인만 착용할 수 있다.

싱가포르항공 대변인은 "바틱 문양이 새겨진 '사롱 케바야' 유니폼을 잘 돋보이게 하고, 보완할 수 있게 등급별로 메이크업 컬러 팔레트 등을 권장하고 있다"면서 "버진애틀랜틱 등에서 스커트와 메이크업을 선택 사항으로 규정했는데 이를 따라갈 생각은 없다"라고 밝혔다.

캐세이퍼시픽항공은 스커트 의무화 조항은 폐지했으나 헤어와 메이크업은 엄격히 규정하고 있다. (사진=캐세이퍼시픽항공)

홍콩의 대표 민간 국제항공사 캐세이퍼시픽항공도 메이크업 규율이 엄격한 건 마찬가지다. 지난해 여승무원 복장 규정 이의제기로 '스커트 의무화 조항'은 폐지됐으나 헤어와 메이크업 규정은 기존 규정을 고수하고 있다.

헤어의 경우 땋은 머리, 소라머리, 올림머리 등을 허용하고 있으며, 메이크업은 지정된 아이섀도, 립스틱, 블러셔 등의 색조 화장만 허용하고 있다. 반면 남성 승무원은 메이크업을 할 수 없으며 "항상 깨끗한 피부 유지"를 권장하고 있다.

도라 라이 캐세이퍼시픽항공 승무원 노조위원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미투(MeToo)시대에 여성 승무원을 대상화되고 항공산업의 성 호소에 대한 강조가 계속되는 한 외모 강조는 문제시된다"면서 "업계의 성희롱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기 위해서는 대중과 직원의 인식을 높여야 한다"라고 밝혔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항공산업이 가장 보수적인 곳 중 하나였지만 점점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면서도 "사회 전반에 외모지상주의가 만연한 지금 많은 사람이 승무원이나 기내 서비스를 떠올릴 때 외모를 먼저 떠올리기 때문에 메이크업 규정 철폐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최근 아일랜드 에어링구스는 여성 승무원에 적용하던 화장 의무 규정을 폐지하기로 했다. 아울러 의무적으로 치마를 입도록 한 규정도 변경해 바지 복장을 허용하기로 했다. 또한 영국의 버진애틀랜틱 항공도 여성 승무원의 화장 및 치마 복장 의무 규정을 폐지했다.

길소연 기자 ksy@dailybiz.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