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이어 베트남마저… 삼성 실적 '빨간불'

-베트남 영업이익 19.2% 하락
-인텔, '반도체 1위' 삼성전자 추월

삼성전자가 지난해 베트남에서 전년 대비 19.2% 감소한 47억 달러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그래픽=박상규 기자)

삼성전자의 핵심 생산거점인 베트남 영업이익이 19% 이상 감소했다. 반도체 1위 자리마저 인텔에 빼앗기며 삼성전자 안팎에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핵심 생산거점 베트남 영업익 '뚝'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베트남에서 전년 대비 1.8% 오른 2220억 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58억2000만 달러에서 47억 달러로 감소했다.

삼성전자는 현재 베트남에서 박닌 생산법인(SEV)과 타이응우옌성 생산법인(SEVT), 호치민 가전복합단지(SEHC), 삼성디스플레이 베트남법인(SDV)을 자회사로 두고 있다.

구체적으로 보면 4개 법인의 매출은 모두 올랐으나 영업이익은 SEHC 제외하고 전부 하락했다. SEV 영업이익은 8억 달러 가까이 줄며 하락폭이 가장 컸다. SEVT와 SDV는 각각 1억5000만 달러, 2억 달러 정도 떨어졌다. SEHC만 3000만 달러가량 상승했다.

작년 하반기 실적 악화가 영향을 미쳤다. SEV는 작년 4분기 7000만 달러의 손실을 냈다. 분기 영업이익이 4억 달러를 상회하던 SEVT 또한 작년 4분기에는 1억2000만 달러에 그쳤다.

스마트폰 출하량이 기대에 못 미친 점도 주요 이유다. 하반기 갤럭시 노트9 출시에도 불구하고 스마트폰 교체 주기 장기화와 중국 업체들의 추격으로 판매가 위축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전 세계 갤럭시 스마트폰 출하량 3억대 중 절반을 SEVT와 SEV에서 생산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베트남은 단일 국가 중에선 휴대폰 생산 규모가 가장 크다"며 "지난해 휴대폰 출하량이 줄면서 전체 실적에 영향을 미쳤다"라고 설명했다.

'매출 비중 80%' 반도체 위기감 현실화

주요 생산거점인 베트남뿐 아니라 반도체 사업의 성적표도 암울하다. 2년 연속 1위를 지킨 삼성전자는 올해 선두 자리를 인텔에 빼앗길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는 삼성전자가 올해 반도체 사업에서 전년보다 19.7% 줄어든 631억 달러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내다봤다. 인텔은 전년보다 1.0% 늘어난 706억 달러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관측된다.

IC인사이츠는 "올해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시장이 큰 부진을 겪을 것"이라며 "삼성전자 20% 가까운 매출 감소세를 보일 전망이다"라고 예측했다.

앞서 작년 4분기에도 인텔은 삼성전자를 제치고 1위에 올랐었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작년 4분기 인텔은 반도체 부문에서 184억 달러의 매출을 기록해 삼성전자(158억 달러)보다 높았다. 삼성전자는 전분기 대비 24.9% 감소한 반면 인텔은 2.3% 하락하는데 그쳤다.

삼성전자 매출이 상대적으로 크게 하락한 배경에는 메모리 반도체 가격의 급락에 있다. 4분기 D램과 낸드플래시 평균판매가격은 각각 11%, 21% 떨어졌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매출 비중이 87%로 6%인 인텔보다 큰 만큼 메모리 가격 급락의 타격이 컸다 .

론 엘방어(Ron Ellwanger) IHS 마킷 반도체 제조 수석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는 전통적으로 메모리 반도체 의존도가 인텔보다 높다"며 "지난해 4분기 메모리 시장 규모가 2008년 4분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폭으로 감소하며 삼성전자가 큰 타격을 입었다"고 밝혔다. 


오소영 기자 osy@dailybiz.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