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선박 발주 부진에 '韓 조선사' 책임론 부각

-올 1~2월 누계 선박 발주량 전년 대비 3분의 1 수준
-"선박 가격 인상에 발주 주춤" 분석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LNG 운반선. (사진=삼성중공업)

올해 들어 선박 발주량이 부진하자 한국 책임론이 대두되고 있다. 국내 대형 조선업체가 새로 건조하는 선박 비용, 이른바 신조선가를 인상하면서 선주가 부담을 느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20일 영국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락슨 리서치에 따르면 올 1~2월 신조선 누계 발주량이 지난해보다 3분의 1 수준으로 감소했다.

지난해 1월 발주 척수가 288척에 달했다면 올 1월은 101척에 불과하다. 2월 발주량은 더 심각하다. 지난해 2월 114척을 발주한 반면 올해 같은 기간 동안 34척을 발주했다.

지난 2월 한 달간 기준으로 한국 조선사는 전 세계 선박 발주량 70만CGT(15척) 중 63만CGT(8척)을 수주했다. 반면 중국과 일본 조선사들은 각각 2만CGT(1척), 1만CGT(1척)를 수주하는 데 그쳤다.

중국과 일본 등 조선 경쟁국에 비하면 한국 수주량은 늘었지만 1년 전과 비교하면 부진한 성적이다. 

조선사들은 전반적인 발주량 감소에 대해 시황 부진을 원인으로 꼽았으나 선주사 등 업계 분석은 다르다. 신조선 발주 부진에 선가 인상을 부추긴 국내 조선사가 결정적 영향을 끼쳤다는 것.

특히 국내 조선사들이 신조선가를 올린 배경으로 국책은행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조선사가 공적자금으로 운영돼 저가 수주 자체를 말리고 있고 이로 인해 국내 조선업계가 수주 경쟁에서 신조선가 인상을 이끌었다는 주장이다.

결국 한국이 부추긴 신조선가 상승으로 선주사가 선가 부담을 느껴 신조선 발주를 꺼리고 있다는 게 업계 해석이다.

실제로 신조선 가격은 오름세다. 신조선가지수가 1포인트 상승한 131포인트를 기록하고,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가격도 두 달 연속 100만달러씩 오르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선종별 선가 추이를 살펴보면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선가는 1년 사이 척당 8000만 달러 후반대에서 9000만 달러 이상으로 인상됐다. 아프라막스급 탱커도 4000만 달러 초반에서 5000만 달러 후반대로 올랐다.

LNG 운반선은 지난달에 이어 100만 달러 상승한 1억8500만달러를 나타내며 지난해 2월 최저점(1억8000만달러)을 보인 후 3%가량 상승 중이다.

모두 국내 조선업계가 주력 선종으로 내세우는 선박들로, 해당 선박에서 기술력을 입증하며 수주 경쟁에서 우위를 선점하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국내 조선사가 국책은행의 자금 수혈로 운영되고 있는 만큼 저가 수주 경쟁을 말리는 분위기"라며 "조선사들도 고부가가치 선박으로 수익 확보를 위해 선가를 인상하다보니 선주사에 부담을 줬을 것"이라고 밝혔다.

길소연 기자 ksy@dailybiz.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