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또 '땅콩 악몽'‥알레르기 환자 대처 미숙 논란

-델타항공 연결편 서비스 중 알레르기 환자 정보 전달 오류
-대한·델타항공, 사과 후 유감 표명

대한항공이 알레르기 환자 승객 대처가 미흡해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대한항공)

대한항공이 또다시 '땅콩'에 발목이 잡혔다. 땅콩 알레르기 승객 대처 미숙으로 서비스 지적과 함께 고객 안전 관리 부실논란이 제기됐다. 

27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최근 델타항공과의 제휴 서비스 중 땅콩 알레르기가 있는 일부 승객 대처가 미흡해 논란이 일었다. 대한항공이 해당 승객에게 전체 땅콩 서비스 취소는 어려우니 탑승을 거부하는 선택권을 제시해 파문이 거세지고 있다.

사연은 이렇다. 라케시 파텔(15)과 프라자카 파텔(16)은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병원에 있는 할아버지를 병문안한 뒤 아버지가 일시적으로 근무하고 있는 필리핀 마닐라로 가기 위해 비행기에 탑승했다.

미국에서 한국까지는 델타항공을 이용하고, 한국에서 필리핀까지는 델타항공 제휴 항공사인 대한항공을 이용한다는 계획이었다. 부모 동행 없이 형제만의 비행 여정이라 탑승 전 요구 사항은 이미 항공사 측에 전달해 둔 상태였다.

특히 프라자카는 견과류 알레르기가 심해 항공사에 여러차례 서비스 주의를 요구했다. 다행히 델타항공은 이를 숙지해 애틀랜타에서 서울까지 무리없이 비행할 수 있었다.

문제는 필리핀 마닐라로 가기 위해 택한 대한항공에서 벌어졌다. 알레르기 정보 전달 오류로 대한항공이 탑승객 전체 땅콩 서비스 취소가 힘들다며 알레르기 환자인 프라자카에 기내 탑승을 예정대로 하거나, 탑승을 거부하라는 선택권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알레르기가 심한 라케시 파텔은 마닐라행 대한항공 탑승을 포기하고, 서울에서 머물다 다시 애틀랜타로 돌아갔다. 

땅콩 알레르기 환자의 경우 땅콩을 직접 섭취하지 않더라도 근처 다른 승객이 땅콩 섭취 과정에서 알레르기 반응을 보인다. 증상으로는 피부의 발진이나 두드러기, 입이나 목 주변이 가렵거나 죄여오는 느낌, 메스꺼움이나 구토 등이 이고 심할 경우 쇼크가 온다.

이로 인해 땅콩 알레르기 환자는 비행기 탑승시 에피네프린 자동주사기아나필락시 성 충격의 경우 생명을 구하는 에피네프린을 주입하는 휴대용 장치)를 소지하고, 객실승무원과 소통해 좌석에 땅콩 먼지 등을 미리 닦는 조치를 취한다.

델타항공은 이같은 조치를 취했으나 제휴사인 대한항공에 정보 전달이 되지 않아 서비스가 미흡했던 것이다.

현재 파텔 가족은 델타항공에 불만을 제기하고 환불을 요청한 상태이다. 제휴사의 잘못도 델타항공 책임이라는 주장이다.

프라자카의 아버지 파텔은 "파트너 항공사도 동일한 정책을 확실히 취할 필요가 있다"며 "심각한 알레르기 가있는 승객이 정중하고 공평하게 대우받을 수 있도록 공정한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항의했다.

대한항공과 델타항공은 파텔과 그의 아들에게 사과하고 유감을 표명했다.

대한항공은 "땅콩 등 식품 알레르기가 업계의 이슈이며 식품 알레르기가 없는 환경을 완전하게 보장할 항공사는 없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이 문제를 안전하고 실현 가능한 방법으로 처리하도록 검토 중"이라면서 "식품 알레르기가 있는 승객들이 직면하는 위험을 극복하고 향후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델타항공 역시 "파테 가족에게 고통을 안겨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 "델타항공과 파트너사인 대한항공은 가족과 대화를 하는 등 이번 일을 둘러싼 모든 프로세스를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경험을 토대로 델타항공과 제휴 항공사를 이용하는 고객들에게 일관된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대한항공이 식품 알레르기 서비스 대응이 미흡해 서비스 논란을 자초했다는 주장이 나온다. 

앞서 대한항공은 지난 2017년에도 땅콩 알레르기 환자 대처 미숙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당시 4살 아이와 함께 비행기에 탑승한 승객은 아들이 심한 땅콩 알레르기가 있다고 알려 탑승 전 기내 좌석 변경 등 케어를 받았다.

그러나 정작 기내식 서비스를 하던 승무원이 견과류인 마카다미아를 아이에게 제공해 이를 먹은 아이가 호흡곤란 증세로 고통을 호소했고, 기내방송으로 의사를 수소문해 아이의 상태를 진정시킬 수 있었다.

승객은 잘못된 서비스를 한 대한항공에 책임을 물었으나 항공사 측이 마카다미아는 땅콩과 다른 개념이라 서비스상 문제가 없다고 책임을 회피해 논란이 일었다.

한편 대한항공은 지난 2014년 조양호 회장의 첫째 딸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이 마카다미아 서비스를 문제 삼아 이륙 준비 중이던 비행기를 다시 게이트로 돌리는 등 일명 '땅콩회항'을 일으켜 지탄을 받았다.

길소연 기자 ksy@dailybiz.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