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박 퇴진'에 외신들 주목 "부끄러운 패배"

-오너 리스크와 국민연금 '스튜어드십 코드' 행보 주목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과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사진=대한항공, 금호아시아나그룹)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20년 만에 대한한공 대표직에서 물러난데 이어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까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자 글로벌 항공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주요 외신들은 한국 항공업계 양대 축인 두 사람이 동시 교체된 것을 비중 있게 다루면서도 한국 항공업계의 부끄러운 패배라고 지적했다.  

아시아 지역 언론 연합인 아시아뉴스네트워크(ANN)은 지난 28일(현지시간) '대한항공 회장의 부끄러운 패배'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조양호 회장은 수년간 주주총회에서 이사장직은 이어오다 이번 주총에서 이사직을 박탈당했다"면서 "국민연금이 적극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하기로 한 이후 경영권을 박탈 당한 최초의 대기업 회장이 됐다"라고 밝혔다.

이어 조 회장 일가의 스캔들과 함께 그동안 적은 지분으로 과도한 경영권을 행사해왔다며 갑질 문화를 꼬집었다.

ANN은 "영향력 있는 조 회장 오너 일가는 지위, 권력을 남용하는 갑질 문화의 상징이 됐다"면서 "오너 리스크로 인해 항공사의 잠재적 가치까지 깎아내려 투자 우려를 불러 일으켰다"라고 전했다.

ANN은 또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코드를 통해 조 회장의 대한항공 경영권을 박탈한 것에도 주목했다.

ANN은 "이번 결정은 글로벌 및 지역 고문, 외국인 연금 서비스와 일치한다"며 "조양호 회장의 패배는 한국에서는 예외적인 사례로 남을 수 있다"고도 평가했다.

이외에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27일(현지시간) "총수 일가를 중심으로 운영되는 재벌의 기업지배구조 문화에서 이정표를 세웠다"고 보도했고, 로이터통신은 '땅콩 회항의 후폭풍'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조 회장은 역사적 주주총회 표결에서 퇴출당했다"면서 "한국의 재벌 총수 일가로서는 처음"이라고 밝혔다.

러시아에서도 한국 항공업계의 변화에 주목했다. 러시아 언론사 RG.RU는 조 회장 퇴진 소식과 함께 오너 일가 스캔들을 조명했다.

RG.RU는 "한국의 가장 큰 두 항공사가 모두 참수 당했다"면서 "조양호 회장은 주주총회에서 이사직을 박탈당했고, 박삼구 회장은 재무 실적 및 항공 스캔들을 책임지고 물러났다"고 전했다.

특히 RG.RU는 조 회장 오너 일가의 탈세, 횡령, 권력 남용 등 휩싸인 스캔들을 거론하며 "조 회장의 경우 유례없는 사건"이라며 "이는 조 회장 등 오너 일가를 향한 불만이 쌓여 '누적 효과'로 작용했다"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조양호 회장과 박삼구 회장의 퇴진 상황이 다르긴 하지만 둘 다 부끄러운 패배라고 지적했다. 

한편 조양호 회장은 대한항공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조 회장의 기업가치 훼손 내지 주주권 침해 이력이 있다고 판단, 연임 반대 의사를 표명하면서 사내이사 연임이 불발됐다.

박삼구 회장은 그룹 회장직 및 아시아나항공, 금호산업 등 2개 계열사의 대표이사직과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나기로 했다.

길소연 기자 ksy@dailybiz.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