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육류를 섭취하지 않는 채식주의자들이 단순히 윤리적이나 건강상의 이유뿐 아니라 신체적 반응에 가까운 강한 혐오감 때문에 육류 섭취를 거부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지난 13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에이타이트(Appetite)에 따르면, 영국 엑서터대학교와 옥스퍼드대학교 공동 연구팀은 채식주의자 252명과 잡식주의자 57명을 대상으로 고기와 채소 등 다양한 음식 사진을 보여주고 기피감과 혐오감 등의 감정을 평가했다.
그 결과, 채식주의자들은 육류에 대해 일반 채소보다 훨씬 강한 혐오감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 반응은 잡식주의자들이 인육·개고기·배설물 사진을 봤을 때의 반응과 유사했다. 반면, 올리브·숙주·가지·비트 등 호불호가 갈리는 채소는 주로 기피감만 유발했다.
이에 대해 연구팀은 “고기와 채소를 거부하는 심리적 기제는 전혀 다르다”며 “고기에 대한 혐오감은 병원균 감염 가능성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진화적 본능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옥스퍼드대 엘리사 베커 박사는 “육류는 외형상 멀쩡해 보여도 내부에 병원균이 존재할 수 있기에 인류는 육식을 회피하는 감정을 발전시켜 왔을 가능성이 있다”며 “이러한 혐오감은 비건 식단을 일정 기간 실천하거나 고기 섭취를 줄이면 더 강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2023년 하버드대학교 보건대학원 연구에서는 장기적인 비건 식단이 철분·아연·비타민 B12 등의 결핍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면역력 저하 및 근육량 감소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연구팀은 균형 잡힌 영양 섭취의 중요성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