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 전기차 배터리 개발 선언...美 '실라 나노'에 1억7000만 달러 투자

메르세데스-벤츠의 모회사 다임러가 전기자동차 배터리 개발을 선언했다. 한국과 중국, 일본 등이 장악한 배터리 공급 체제를 벗어나 자체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전략이다.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다임러는 전기차 배터리 스타트업인 '실라 나노'에 총 1억7000만 달러(약 1932억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1억 달러(약 1134억원)를 먼저 투자해 지분 10%를 확보한다. 실라 나노는 배터리 개발을 완료하면 벤츠 등에 공급할 예정이다.

테슬라 개발자 출신인 진 베르디체브스키가 설립한 실라 나노는 실리콘(규소) 함량을 높인 리튬이온 배터리 음극제 제조 기술을 개발 중이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양극과 음극, 전해질로 구성된다. 이 중 음극의 리튬원자 저장능력을 늘리면 배터리 효율을 확대할 수 있다. 

현재 리튬이온 배터리 음극제는 대부분 흑연이 쓰인다. 흑연은 탄소로 이뤄져 있는데, 탄소원자 6개가 1개의 리튬원자를 잡아둘 수 있다.

반면 실리콘은 4개의 원자로 15개의 리튬원자를 잡아둘 수 있다. 실리콘을 음극제로 사용하면 흑연과 비교해 배터리 효율을 높일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실리콘은 충·방전을 반복할 때마다 부피가 변하는 단점이 있다. 이로 인해 음극이 붕괴돼 배터리 수명이 현저히 떨어진다.

기존 배터리 제조사들은 이런 점을 고려해 리튬이온 배터리 음극제에 흑연을 주로 사용하고 실리콘을 추가하는 방법을 주로 쓴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실라나노의 경우 웨이퍼 실리콘 전체를 다공질화해 쌓음으로서 음극제 실리콘 함량을 늘리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며 "에너지저장효율이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와 비교해 10배 가까이 늘어난다"고 말했다.

다임러가 실리 나노에 대규모 투자를 감행한 것은 전기차 배터리 자체 생산을 염두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기차 배터리는 전기차의 성능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다. 또한 배터리는 전기차 제조원가에서 40~50%를 차지, 가격 경쟁력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현재 전 세계 배터리 시장은 한국 등 일부 업체들이 장악한 상태다. 시장조사기관인 SNE리서치에 따르면 CATL과 파나소닉, BYD, LG화학, AESC 등 상위 5개 기업이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66.7%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주요 완성차 업체과 공급계약을 맺은 배터리 제조사들은 LG화학과 삼성SDI, SK이노베이션, BYD, 파나소닉 등 아시아 기업이 대부분이다. 

이에 따라 완성차 업체들은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 휘둘릴 것을 우려해 자체생산 역량 확보에 힘쓰고 있다.

폭스바겐은 고체배터리 개발기업인 '퀀텀스케이프' 지분 5%를 인수했고, 도요타는 파나소닉과 제휴를 맺고 합작사 설립을 추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