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회장 별세' 주요 외신 "곤경에 빠진 그룹에 슬픔을 더하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8일 미국 현지에서 숙환으로 별세했다. (사진=대한항공)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8일 새벽(한국시간) 미국 현지에서 숙환으로 별세하자 로이터통신, 파이낸셜타임즈, 닛케이아시안리뷰 등 주요 외신들이 일제히 조 회장의 별세 소식을 전했다.

특히 외신들은 조 회장의 업적과 함께 조 회장이 죽음 직전 국민연금 등 주주 행동주의 흐름과 맞물려 위기에 처했다며 주주총회 소식을 비중에 다뤘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는 8일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 70세 사망'이라는 제목으로 "조 회장 가족들이 추문에 휩싸인 뒤 기업 구조 개혁을 향한 주주들의 압박이 커졌고, 지난달 주주총회 투표로 그의 27년간의 국내 대표 항공사 이사직을 끝냈다"고 설명했다.

블룸버그는 "조 회장은 2003년에 故조중훈 전 회장을 계승해 한진 그룹의 수장이 됐다"며 "이후 대한항공을 확장해 세계 항공사 동맹체 '스카이팀'의 창립 멤버가 됐다"고 평가했다.

이어 "조 회장은 검찰이 기소한 횡령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었으며, 그의 가족도 일부 잘못된 행동으로 인해 논란의 중심에 서 있었다"고 덧붙였다.

로이터통신은 주주 행동주의 펀드인 KCGI의 압박을 언급하며 조 회장의 퇴진에 주목했다.

로이터통신 "주주 행동주의에 기념비적인 승리를 세운 총수 이사회 퇴출이 일어난 지 3주도 되지 않아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이 사망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로이터는 지난 2014년 12월 조현아 전 부사장이 항공기 회항을 지시한 '땅콩회항' 사건을 시작으로 여론이 악화했고, 조양호 회장은 해당 사태에 직접 사과한 점을 언급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도 "조양호 회장이 최근 대한항공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 연임안이 부결돼 이사회에서 퇴출된 지 3주도 안 돼 숨을 거뒀다"고 전했다.

이어 조 회장은 자신의 가족이 연루된 일련의 스캔들 속에서 경영 정상화에 주력했으며, 자신을 둘러싼 횡령·배임 등의 혐의는 완강히 부인해왔다고 소식을 전했다.

그러면서 한진그룹은 조양호 회장의 장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2014년 이른바 ‘땅콩회항’ 사건으로 뉴스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차녀의 '물컵갑질' 논란으로 그룹 이미지가 악화됐다고 강조했다.

일본 경제지 닛케이 아시안 리뷰(Nikkei Asian Review)도 조 회장의 별세 소식을 전하면서 조 회장이 그동안 일련의 스캔들로 격동의 시간을 보냈다고 밝혔다.

한편 조양호 회장이 향년 70세의 나이로 8일 새벽(한국시간) 미국에서 숙환으로 별세했다. 1992년부터 대한항공을 이끈 조 회장은 2003년 한진그룹 회장에 올라서 경영 정상화를 위해 애썼다.

대한항공은 "현지에서 조 회장을 한국으로 모셔오기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며 운구 및 장례 일정과 절차는 추후 결정되는 대로 알리겠다고 밝혔다.

길소연 기자 ksy@dailybiz.net